[영업]AI 시대, 대체되지 않는 영업의 조건

■ AI 시대, 대체되지 않는 영업의 조건


AI 시대, 영업도 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가와 산업, 업종에 따라 편차가 심하지만 AI가 부상하면서 세일즈라는 업무 역시 변화해 가고 있다. 기업의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부터 데이터 분석, e메일 작성과 일정 조율까지, 한때 영업사원의 필수 업무였던 상당 부분이 이미 AI 에이전트의 손에 넘어갔다. 


클릭 몇 번이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자동화된 맞춤형 e메일을 발송하며, 심지어 미팅 일정까지 스스로 잡아주는 서비스가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영업팀이 행정 업무 대신 본연의 판매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만들었다. 겉으로 보면 긍정적인 변화다. 누구도 비효율을 고집하지는 않으니까. (아직까지는 이것 역시 조직마다 개인마다 편차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AI가 넘보기 어려운 영업의 영역은 무엇인가?" "인간 영업대표 고유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 답은 “고맥락 영업”에 있다. 흔히 B2B 영업으로 불리는 "복합판매(complex sale)"의 영역은 AI에 대체되기 어려운 고유한 인간 영업대표의 역량을 요구한다. 이는 단순히 판매 스크립트의 문제도, 고객 데이터를 표준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이 영역은 데이터를 넘어선 사람들(다양한 구매 영향력자들) 간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핵심이다.


1. 왜 AI는 B2B 영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가?


복합판매가 복잡한 이유는 그 본질이 단순한 거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형 엔터프라이즈 영업으로 갈수록 그렇다. 이 경우 기업 간 거래는 대체로 규모가 크고 거래 주기가 길다. 동시에 하나의 계약 성공을 위해 고객사 내부의 수많은 의사결정권자의 승인과 협조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단순한 개인 소비자 대상의 B2C 판매나 저맥락 기반의 B2B영업과는 차원이 다른 복잡성을 지닌다.


여기서 핵심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파편화된 데이터다. 복합판매에서는 수많은 고객 정보를 다루어야 하지만, 기업마다 비즈니스 규모, 산업 유형, 조직 문화를 비롯한 맥락이 다 다르다. 데이터를 표준화하려고 들수록 오히려 유의미한 해석을 놓치게 된다. 늘 정보와 맥락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AI는 정보를 관리할 수는 있으나, 이 파편화된 데이터를 맥락적으로 엮어 의미를 도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그럴싸하게 정리할 수는 있다)


두 번째는 암묵지(tacit knowledge)다. 영업은 단순히 문제를 푸는 수학적 접근이 아니다. 고객의 니즈는 늘 드러나 있지 않으며, 그 니즈를 제대로 포착하려면 맥락적 이해와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 맥락을 따라 던지는 고차원의 질문 능력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고객사 내부의 정치적 역학관계, 구매 담당자의 개인적 동기,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인간의 통찰과 직관적 능력에 달려 있다.


2.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형식지와 암묵지의 조화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찰을 만들어낼 수 있고, 놀라운 방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판매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저맥락 기반 영업에서는 어느 정도 AI의 전략도 통할 수 있겠지만) 형식지(explicit knowledge), 즉 데이터 기반의 사실과 정보는 하나의 초석일 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축적된 인간 고유의 암묵지(tacit knowledge)와 결합해야만 실제로 전략적인 영업이 가능해진다.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다루는 것이 바로 B2B 영업대표의 핵심 역량이다. 예를 들어, 영업대표는 단순히 데이터를 보고 가장 합리적인 매출 전략을 제안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 내부의 의사결정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각 이해관계자의 니즈와 우선순위를 감지하며, 그들의 신뢰를 얻어 최적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역할이다. 이것은 단순한 자동화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다차원적인 인간 영업대표 고유의 기술이다.


3. AI 시대, 고맥락 영업만이 살아남는다


AI가 가장 잘하는 것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다. 언급한 대로 CRM 시스템과 연동된 AI 에이전트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 제안을 자동화하며, 일정 조율 및 미팅 예약까지 처리한다. 하지만 AI가 모든 것을 완벽히 대행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AI가 본질적으로 인간적 맥락을 이해하는 척할 뿐 실제로 이해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한계를 뜻하지 않는다. AI는 깊이 있는 대화에서 신뢰를 구축하거나, 고객사의 내부 정치적 갈등을 감지하거나, 고객의 니즈를 맥락 안에서 해석하는 능력이 없다.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하여 휴머노이드 로봇이 음성 변조를 한 후 직접 전화를 걸고 미팅도 하며 고맥락 기반의 전략을 수립한 후 계약까지 이끄는 날은 - 적어도 -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 생에서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책임 소재는 결국 인간이 맡는다) 


결국, B2B 영업은 단순 정보 전달자를 넘어, 기술을 활용하는 휴먼 터칭 영업의 고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거래라는 행위 자체를 뛰어넘어, 상대방의 세계를 헤아리고 그 세계 속에서 스스로를 가장 적합한 파트너로 자리 잡는 과정이다. 이 복합적이고 인간적인 기술은 결코 자동화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AI는 판매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AI가 가장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나 자동화된 반복 업무와 복잡한 데이터 처리라는 점이다. 고객 접점의 고맥락 상황 속에서 신뢰와 관계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은 인간만이 감당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다. 


AI 시대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지금, 진정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단순히 데이터를 다루는 영업자인가, 아니면 맥락을 읽고 관계를 구축하며 인간의 고유 가치를 전달하는 전략 기반의 복합판매 전문가인가?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영업은 후자, 즉 고맥락 영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페이스북 박주민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