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AI 전문가 뽑지마라
- 이병섭
- 2025.07.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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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들은 앞다퉈 AI 전문가를 뽑으려 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AI 전문가를 영입하기 전에, 먼저 현장을 잘 아는 사람에게 AI를 가르쳐 본 적이 있는가?”
AI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정작 현장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AI를 들여오기 때문이다. 책상 위의 화려한 PPT와 최신 알고리즘이 아니라, 문제를 정확히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혁신의 출발점이다.
나는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전쟁의 천재 시저도 결국 칼을 직접 들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전략가라도 전장을 모르면 승리할 수 없다. AI도 마찬가지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이 최신 AI를 다룬다고 해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현장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AI를 배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왜 현장을 모르면 실패하는가
많은 기업이 AI 프로젝트를 이렇게 추진한다. “신기술 도입 → 데이터 수집 → 활용 아이디어 → 구현.” 겉보기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 방식이 실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한 채 시작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제조기업 임원이 털어놓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설비 고장을 예측하는 AI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1년 만에 사실상 중단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데이터는 잔뜩 모았는데, 정작 현장 엔지니어들이 왜 설비가 고장 나는지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AI가 무엇을 예측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았어요.”
결국 이 회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임원과 엔지니어들이 직접 라인을 돌며 고장 패턴을 하나하나 기록했고, 그제야 유의미한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다. AI가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는 눈이 먼저 필요했던 것이다.
AI 전문가보다 현장 전문가가 먼저다
AI는 데이터를 다루는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건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이다. 그 판단은 현장을 매일 겪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게다가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신 AI 기술, 특히 LLM(대규모 언어모델)은 배우기 쉽고 쓰기 쉽다. 복잡한 코딩을 몰라도 간단한 자연어 지시만으로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다. 현장 전문가가 직접 배우고 적용하는 것이 성과를 만드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AI 전문가는 더 이상 모든 프로젝트를 직접 이끌 필요가 없다. 초기에 최소한의 교육과 가이드만 제공하면 된다. 현장 전문가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LLM을 도구 삼아 실험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나는 스타트업을 이야기할 때도 늘 이렇게 말했다.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고객을 직접 만나고, 영업도 직접 뛰어야 한다.” AI도 같다. 책상 위에서 가설을 세우는 사람보다, 현장에서 문제를 매일 겪는 사람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때 비로소 성과가 나온다.
AI를 도입하려면 순서를 바꿔라
많은 기업이 “AI 전문가를 뽑자”를 첫 단계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AI 전문가를 뽑기 전에, 먼저 현장 전문가에게 AI를 가르쳐라.”
AI는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다. 문제를 잘 아는 사람이 AI를 배우면 혁신이 빨라지지만, 최신 기술만 도입한다고 혁신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전쟁의 천재 시저도 결국 칼을 직접 들어야 했다. 혁신의 최전선은 책상이 아니라 현장이다. 그리고 지금은 현장 전문가가 직접 AI를 배울 수 있는 시대다. 현장을 모르는 AI는 여전히 40년 전 타이머만 달린 ‘AI 선풍기’와 다를 바 없다.
출처: 페이스북 김영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