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가 리셋되는 것을 막는 방법

AI 시대는 우리의 커리어를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흔들고 있다. 기술은 몇 년이 아니라 몇 달 단위로 진화하고, 새로운 도구와 플랫폼이 생겨나 기존의 직무와 산업을 순식간에 대체한다.


어제까지 전문가로 불리던 사람이 오늘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인력이 되기도 한다. 이 가속화된 변화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 자체를 여러 번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이 전환의 순간마다 커리어가 ‘리셋’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쌓아 온 경험과 성과가 무색해지고, 새로운 분야에서는 다시 신입으로 취급받는 상황. 이 초기화의 악순환은 많은 전문가들에게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커리어가 리셋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첫째, 자신의 정체성을 ‘직무’가 아니라 ‘문제 해결 방식’으로 정의해야 한다.


“나는 마케팅 전문가다”라는 말은 특정 시대의 특정 도구에 묶여 버리기 쉽다. 그러나 “나는 고객의 행동을 분석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면,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변화하더라도 본질적 역할은 계속 살아남는다. 정체성을 기능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본질로 재정의할 때, 커리어는 전환될 때마다 초기화되지 않고 이어진다.


둘째, 경험을 흩어진 점이 아닌 ‘이야기’로 연결해야 한다.


프로젝트, 성과, 실패, 시도들을 단순히 나열하면 각각은 독립적인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들을 하나의 서사로 엮으면 커리어는 누적(compounding)된다. 예를들어 “데이터 분석 → 서비스 전략 →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각기 다른 경험들이, “복잡한 정보를 단순한 구조로 바꾸어 실행 가능하게 만든다”는 서사로 묶일 수 있다. 이때 경험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증명하는 자산이 된다.


셋째,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브랜드는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정체성을 드러내는 골격이다.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인지 꾸준히 발신해야 한다. 강연이든 글쓰기든, 작은 기록이든 상관없다. 꾸준히 자신만의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사람들은 직무가 아닌 ‘사람 자체’를 기억한다. 브랜드가 있으면 분야가 바뀌어도 신뢰는 유지된다.


넷째, 증거를 체계화해야 한다. 일회성 성과는 시간이 지나면 휘발된다.


하지만 그 결과를 상황–과제–행동–결과(SCAR) 같은 구조로 정리해 두면, 분야가 달라져도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다. 이력서의 항목이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 라이브러리로 남겨야 한다. 그렇게 쌓아 올린 증거들은 다음 전환의 순간에 커리어의 끈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다섯째, 변화를 ‘단절’이 아닌 ‘확장’으로 보여줘야 한다.


새로운 분야로 옮겨 갈 때 “처음 시작한다”가 아니라, “이제는 이전 경험을 토대로 더 넓은 문제를 다룬다”라는 내러티브를 만들어야 한다. 전환의 맥락을 스스로 정의하지 않으면, 남들이 대신 정의해 버린다. 그리고 그 정의는 대부분 “다시 시작하는 신입”이 된다.


결국 커리어가 리셋되지 않으려면, 내가 가진 경험과 정체성을 일관된 맥락으로 엮고, 변화를 하나의 큰 이야기 속 장으로 연결해야 한다.


커리어는 직무의 집합이 아니라 정체성의 누적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문제를 풀어내는 사람인지 명확히 정의할 때, 산업이 바뀌고 유행이 사라져도 나라는 존재는 흔들리지 않는다.


커리어 리셋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이것이다. 나를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한정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나만의 방식’을 브랜드로 세우는 것. 그렇게 할 때 커리어는 초기화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화하며 확장된다.


출처: 페이스북 고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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