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성과 극대화]배움은 습관이다
- 이병섭
- 2025.08.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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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 주말에 한 교육과정을 참여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기업의 HRD* 쪽에 있거나 그 분야를 업으로 하는 30대~40대 중반 정도의 직원들이었다. 내가 그런 업무와는 무관한 일반부서에서 근무한다고 하니 다들 독특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을'기업에 소속되었다면 모를까 일반 기업의 50대 임원쯤 되는 분이 자발적으로 찾아다니며 공부하는 것은 다들 처음 봤다는 것이다.(나는 자연스러운데...)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인적자원개발
2. 몇 년 전에는 R, 파이선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와 데이터 분석 강좌를 몇 개월간 매주 저녁에 가서 들었다. 물론 내가 업무에서 직접 코딩은 하지 않지만 새로운 언어가 어떻게 돌아가고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나는 C++강사까지 했지만 그 이후 언어는 배우지 못했다. 불행히도 내 나이쯤 되는 사람들은 주위에 없었다. 좀 젊게 보이려고 티를 입고 다녔다. 그런데, 그걸 마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직원들이 이것을 배우면 어떤 아웃풋을 만들 수 있을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실제 무슨 고생을 할지? 대략 이해가 된 상태에서 사내 적용 및 추진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3. 회사에서 어느 정도 직급이 올라가면, 특히 '갑' 회사에서는 자발적으로 찾아서 공부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대신, 개념적인 1~2시간짜리 세미나만 난무한다. 물론, 지식의 양은 홍수처럼 몰려오고 시간은 부족하기에 많은 임원들은 개념적 1~2시간 교육이나 남에게 들은 정보로 내용을 파악하고 적용하고 의사결정한다.
4. 그런데 구체성을 이해하지 못한 개념적 이해에 근거한 행동이나 의사결정은 비현실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 최소한 수영장에서 물을 접하며 '음파음파'라도 실행해보고 '수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쳐야 하는지? '수영' 잘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판단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런데 강사들의 1~2시간 짜리 '수영개론' 세미나를 편한 장소에서 듣고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마스터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어디에 적용할지?를 판단하는 식이다. 이는 실감되지 않으므로 오판하기 쉽다.
5. 종종 해외 컨퍼런스에 참여하면 머리 희끗희끗한 사람들, 임원 급의 사람들이 젊은 직원들과 어울려서 가방 메고 며칠간 공부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런데 국내 컨퍼런스에는 거의 없다. 직급이나 나이가 조금 되면 다들 뒷짐만 지고 공부하지 않는다. 별도의 1~2시간 떠먹여주는 요약 세미나에 의존하여 근근히 버틴다. 이러니 실무진과 경영층 간의 지적인 괴리가 커진다.
6. 종종 부서 내에서 업무 외에 신기술을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을 연다. 흥미롭게도 이런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직원들을 보니 대개 사원-과장 정도이다. 즉 80년대와 90년대생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이런 과정 중 하나를 마치고 발표를 완료한 직원들과 식사를 했는데 차장이 한 명 있었다. 나이가 있는 차장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프로젝트 2등을 차지했다. 내가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했다. "주위 다른 차장, 부장들이 뭐라하지 않아요? 괜히 당신 때문에 우리도 비교 당하게 생겼다. 뭘 그리 열심히 하냐?" 그러자 그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직장 생활 오래한 사람들은 80, 90년대생들은 회사 일을 열심히 안하고 워라밸만 생각하고, 뺀돌거린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80, 90년대생들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다. 오히려 직장 생활 오래 한 사람들이 걱정이다.
7. 기존 역량과 학습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치 아프게 더 공부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경험, 그동안 구축해놓은 인맥과 관계, 귀동냥, 적절한 소프트 스킬로 대충 꾸려나가는 직원과 임원들이 적지 않다. 나는 이것을 '사골곰탕 우려먹듯' 직장 생활 한다고 말한다. 옛날에 배우고 익혔던 것으로 계속 우려내서 생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해도 생존에 문제가 없었지만 디지털 신기술이 속속들이 활용되는 앞으로도 이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8. 그러므로 자기는 새롭게 배우고 시도하지 않으면서, 신기술과 개인주의, 배우려는 마음으로 무장된 부하 직원들 앞에서 "옛날에는 날밤 새고, 옛날에는 내가 진자 일 많이 했고, 옛날에는 상사들에게 조인트 까이고, 옛날에는 조직이..."는 식으로 이야기 해봤자 꼰대만 될 뿐이다.
9. 얼마 전 참석했던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임원이 되어서도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실 수 있죠?"라고 질문한 분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하시는 것 처럼 앞으로도 계속 하시면 돼요. 나도 30, 40대부터 한 것을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을뿐이에요"
10. 배움은 습관이다. 이는 학벌이나 경력과 무관하다. 일류대를 나오고도 한 달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대개 꾸준히 읽고 배우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한다. 시간과도 무관하다. 나는 임원이 되었기에 바쁘다는 분들은 대개 핑계라 본다. 높이 오를수록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증가한다. 그 재미로 승진하려 하는 것인데, 바쁘다면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 바쁘게 만드는 것 뿐이다.
11. 흥미롭다. 100세까지 살 시대에, 50세만 되어도 공부하는 것을 신기하게 보는 세상이라니...
출처 : 일의 격(신수정 저자/ 전 KT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