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조직]너 웃어? 장난해?

1. 얼마 전 농구선수 하승진의 은퇴 인터뷰를 우연히 보았다. 한국 최초로 NBA에 뛰었던 그가 한국과 미국의 운동시스템 차이를 이렇게 말했다. "선수들이 힘듭니다. 한국은 훈련량이 비상식적으로 많아요. 시즌 중에도 오전, 오후, 야간 하루 세 번은 기본이죠. 어떤 팀은 시즌 중에 새벽 훈련까지 합니다. 하루 네 번이나 훈련을 하죠. 최고의 몸 상태로 코트에 나서야 하는데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경기를 뛰어요. 하지만 NBA는 우리처럼 훈련이 많지 않아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하루 딱 한 번 훈련하죠. 나머지 시간은 개인 훈련에 맡깁니다. 지금처럼 선수들과의 소통 없이 강압적인 훈련 스케줄로는 장래가 어둡죠"


2. "선수들 훈련할 때 표정을 보면 하나같이 어둡습니다. 웃으면 큰일 나요. '너 웃어? 지금이 장난하는 시간이야?'란 질책을 듣습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관계는 철저하게 수직적이죠. 성인이고 프로 선수인데 학생 선수처럼 코칭스태프 눈치 보면서 훈련하고 시합에 뛰는 게 현실이에요. 유명한 선수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NBA는 훈련 시간이 짧은 대신 그 안에 모든 걸 쏟아냅니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힘들어요. 하지만, 훈련 중 선수들의 얼굴을 보면 한국처럼 어둡지 않습니다. 재밌게 웃으면서 해요. 선수들끼리 떠들기도 하죠. 그렇다고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절대 아닙니다. 똑같이 코칭스태프 지시에 따르고 때론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해 나아가는 분위기죠. 전 왜 이렇게 어두운 얼굴로 훈련해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3. 이런 상황은 비단 스포츠계뿐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한다. 우리는 너무 필사적으로 '열심'이고 '비장'했다. 기계처럼 훈련받고 일하기도 했다. 사실 이것이 우리나라를 가난과 고통에서 탈출케한 동력이었다. 소수의 인구에서도 뛰어난 스타들을 배출한 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덕에 과거 세대들은 '자율'과 '즐거움'을 별로 배우지 못했다. 그러고는 우리 후배들에게도 우리가 배웠던 방식, 성공한 방식을 강요한다. 이제 균형이 필요해 보인다. 일정 단계까지는 힘든 훈련이 필요할지라도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더 주어야 한다.


4. 얼마 전 한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대부분 참석자들이 젊었다. 강사부터 참석자들이 다들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까르르 웃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만 무게 잡고 즐기지 못함을 느꼈다. 내가 어느새 이렇게 무거워졌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내게는 웃음이 사라지고 엄숙이 자리잡았다. 가벼움이 사라지고 무거움이 자리 잡았다. 박장대소가 사라지고 진지함이 자리 잡았다. 희로애락의 표정에도 인색하다. 심지어 이 글도 진지하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이제 진지함과 열심의 힘을 빼고, 더 웃고 떠드는 걸 배워야 할듯하다. 40대 후반부터는 어디 유머 학원에라도 단체로 등록애햐 하지 않을까 싶다.


출처 : 일의 격(신수정 저자/KT Enterprise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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