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조직]사람들은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뿐이다
- 이병섭
- 2023.02.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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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 S그룹에서 기술전략 일을 하다가 외국에 가서 기술혁신 경영으로 학위를 받고 그곳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분이 한국을 방문하여 잠시 만났다. 대화 중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그 내용은,
1) 한국 대기업들이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는 것은 그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행력이 문제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대부분 상당히 이른 시기에 트렌드를 캐치한다. 그러나 그걸 실험하고 실행해서 역량을 축적하기보다는, 계획 세우고 보고하면서 시간 보내다가 경영진이 바뀌면 또 그걸 반복하고, 그러다가 어느새 시간이 흘러버린다.
2) 해당 기업의 히스토리를 보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경영자들이 바뀌면서 그 히스토리를 잘 모른다. 그러므로 동일 실수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내게 묻는다. 왜 한국은 CEO와 조직이 자주 바뀌고 구 시대의 경영방식을 고집하며, 공무원들은 혁신적이지 않을까요? 나는 "그건 그분들 개개인의 능력이나 윤리성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시스템이 그들을 그렇게 행동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현 시스템에서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게 그들에게 더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2. 왜 많은 CEO들은 조직과 임원을 자주 바꿀까? 왜 행복과 창의 경영을 도입하지 않을까? 왜 중장기적 고객 중심의 경영을 하지 않을까? 이들이 바보라서 그러할까? 그렇지 않다.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행복 경영이 당장의 매출에 기여한다는 게 확실하다면 이를 실행하지 않을 대한민국 CEO는 사이코가 아닌 한 없다고 난 확신한다. 그런데 만일, 당신이 오너로부터 매년 매출과 이익 두 가지로만 평가받고 이에 따라 그 해 옷을 벗을 수도,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는 CEO나 임원 또는 팀장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3. 왜 똑똑한 사람들로 가득한 정부, 많은 공공기관과 큰 조직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고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행동하지 않을까?
정말 비효율적인 절차대로만 할까?라는 질문데 되물었다. 실수나 실패만 생기면 용서하기보다는 평가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처벌하고, 실패를 하거나 문제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감사가 들어와서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고, 그것에 조금이라도 위반되면 언론의 비난을 받거나 징계를 받거나 법정에 갈지도 모르는 환경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까?왜 대학 졸업생이 공무원에 몰릴까? 요즘 90년생은 안정되고 노는 것만 좋아해서라고? 그럴 리 없다. 대한민국에만 90년생이 있는 게 아니다. 왜 미국과 중국의 90년생의 희망직업 1위는 '엔지니어'일까? 왜 서울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까? 한국의 돈 있는 사람들은 다들 악질 부동산 투기꾼들이라서? 그럴 리가 없다. 한국의 부자들이 다른 나라의 부자들에 비해 특별히 악한 투기꾼들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없다. 수요와 공급이 안 맞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방향으로 갈까?
4. 결국 시스템을 바꾸지 않은 채, 그 시스템 내에 있는 사람들의 능력이나 자발성, 윤리성이나 한국의 국민성에 대해 백날 이야기해봤자 변하지 않는다. 한국의 국민이 이상한 게 아니다. 사람의 본성은 다 동일하다. 이득을 따른다. 사람들은 대개 현명해서 현재의 시스템하에서 자신들이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뿐이다. 그 흐름을 바꾸려면 시스템을 바꿔야지 그 안에 있는 사람의 본성을 바꾸려 해서는 별 효과가 없다.
5. 억지로 사람의 이득을 따르려는 성향 자체를 억누르거나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면, 그 시도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시도이다. 이게 성공했다면 우리 인간은 벌써 예수님이나 부처님 같이 되었을거다. 심지어 '이타심'도 '이득'에서 나온다.
6. 지도자들이 정말 세상이 바뀌길 원한다면, 사람 자체를 비난하거나 처벌하거나 바꾸려는 노력 대신, '이득'을 쫓는 사람들의 성향을 이해하여 이에 맞게 자연스럽게 흐름을 바꿀 시스템을 고민하고 실험하고 실행해야 한다.
출처 : 일의 격(신수정 저자/KT Enterprise 부문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