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조직과 리더십]철학, 핵심가치에 대하여
- 이병섭
- 2022.05.0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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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나 창업자가 '철학이 있다. 없다'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창업자의 회사가 우직하게 밀고가는 미션과 핵심가치가 있고, 이를 끊임없이 내재화하는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2. 미션은 기업이 자신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게 아니라 세상에 뭔가 공헌하자는 것이다. 소위 '대의명분'이며 이 대의명분이 있어야 큰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보람도 느끼고 세상도 그 기업을 지지한다. 용병은 돈만 보고 모이지만 인재는 돈만으로 안된다. 대의명분을 보고 모인다.
3. 핵심가치는 매우 중요한데 미션보다 더 내재화하기 어렵다. 핵심가치를 어떻게 세울지에 대해 묻는 벤처 대표들이 종종 있다. 대부분은 글로벌 회사들의 핵심가치를 참고하여 평소 생각했던 좋은단어들을 선택한다. 그러나 핵심가치는 그냥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 단어들을 고르는 게 아니다.
4. '핵심가치'는 그걸 무시하고 돈 벌 다른 기회가 있을 때도 이것 대신 선택할 배짱이 있어야 하는 가치이다. 의사결정의 우선순위이다. 그러므로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고 무시무시한 것이다. 이게 정말 대표의 철학이다. 대표가 말은 하는데 실제 결정에서 몇 차례 무시하기 시작하면 휴지조각이 된다. 나도 CEO를 할 때 제일 힘든 부분 중 하나가 '우리 가치를 무시하면 단기적 이익이 생기는 경우 어떻게 결정할까?'였다. 모든 임직원들은 이를 관찰한다. 그리고 CEO가 어떤 가치를 포기하면 이후 더 이상 그 가치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5. 만일 '신뢰'가 핵심가치라면,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고 돈 벌 기회가 있더라도 이 기회를 포기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가져가는 핵심가치 중 하나는 '고객중심'이다. 이 용어를 핵심가치로 쓰려면 '고객중심'을 버리면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이를 포기할 수 있을 정도의 각오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 같은 회사는 이를 초기부터 해냈다. '고객중심'을 넘어 '고객집착' 일 정도로 이 가치를 내재화했다. '심플'이 핵심가치라면 좀 복잡하게 만들어서 돈 벌 기회가 있더라도 포기하는 것이다. 애플은 복잡한 제품을 만들어 돈 벌 기회가 무궁무진할 것이지만 이를 고수한다. '품질 제일'이라면 조잡한 제품으로 돈 벌 기회가 있더라도 양보하지 않는 것이다. 삼성이 이를 중심으로 삼았다. 구글도 조금만 사악해지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6. 돈만 벌면 되지 굳이 왜 이런 게 필요하냐고 묻는 대표들도 꽤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카멜레온 처럼 변신해야지 무슨 가치냐고 이야기 한다. 아마존의 베조스도 더 나은 방안이 있으면 언제든 카멜레온처럼 바꾸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방법', '전략', '비즈니스 모델'을 말하는 것이다. 핵심가치를 카멜레온처럼 바꾸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그 기업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없어진다. 또 이게 돈을 버는 것과 무관한 게 아니다. 돈을 더 크게 벌게 하고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물론, 회사 몇 년하고 팔아넘기거나 그만둘 거라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7. 핵심가치는 그 회사의 인재상과도 연결된다. '고객 집착'이 가치인 기업은 고객 집착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똑똑해도 뽑지도 승진시키지도 않는다. '신뢰'가 가치인 기업은 신뢰를 개떡같이 여기는 직원들은 아무리 똑똑해도 뽑지도 않고 승진시키지도 않는다. 이것이 쌓여 그 기업만의 문화를 만든다. 핵심가치가 불분명한 기업은 핵심가치는 벽에 붙여놓았으나 사람 뽑을 때 기준, 승진 기준은 또 제각각으로 마음대로 정한다. '신뢰'가 가치라면서 신뢰를 저버리고 성과만 챙긴 이들을 승진시킨다면 '신뢰'의 기업문화가 만들어질 리 없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에 신뢰의 기업문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조?'라고 묻는 대표님들이 있다.
8. 이는 그 회사의 브랜드와 연결된다. '신뢰'의 가치를 지키는 기업은 그 회사와 구성원 전체가 '신뢰'로 뭉쳐있고 그 회사의 서비스와 제품도 믿을만하다. 이에 그 회사를 생각하면 고객은 '신뢰'를 떠올리게 된다.
9. 그러므로 이 철학은 가치-인재상-브랜드-기업문화와 다 연결되어 있다. 이게 제 각각 따로 노는 기업은 철학이 없거나 불분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가치와 철학으로 무장된 회사는 돈만 벌고 덩치만 큰 그저그런 회사가 아니라, 규모와 무관하게 차별화된 가치로 각인되는 회사로 포지셔닝 되는 것이다.
10. 경영학이나 경영학 교수님들의 문제는 너무 분절해서 가르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 커질수록 기획, 인사, 재무, 마케팅, 사업, 영업, 연구, 생산 부서로 분절되어 각기 존재 하는데, 전략적 일관성을 잃고 각 기능만 잘하는 회사는 힘이 없다.
11. 아마존이나 애플이나 구글이 대단한 이유는 기술에도 있지만 자신들의 가치를 악착같이 지켜왔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한국의 많은 회사들이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했던 것은 이런 철학없이 그저 시류를 타고 적다아하게 줄타기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잘 나가다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사라져도 고객들은 아무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12. 그럼 이러한 철학은 누가 정립할까? 사실 이를 정립할 수 있는 사람은 '창업자'이다. 임기가 한정되어 있는 전문 경영인들이 이를 세우고 지속하게 하는 것은 쉽지않다.
13. 언제 정립하면 좋을까? 작을 때일수록 좋다. 10명, 100명 이하라면 지금이 가장 좋은 때이다. 이미 별다른 철학도 가치도 없이 어영부영 왔는데 구성원이 100명이 넘는다면 어려워진다. 이미 100명이 다들 다른 방향을 보고, 제 각각의 우선순위로 일을 할테니 말이다. 사실 없는게 아니라 몇 가지가 이미 암묵적으로 고착되어 있다. 그런데 바람직한 것이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다. 크면 클수록 어렵다. 기업들이 뭔가 규모가 된 후 핵심가치를 제대로 정립하고자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14. 그러면 핵심가치는 영원해야 하는가? 그럴 리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고수할 것과 새롭게 세울 것을 주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매년 바뀐다면 핵심가치라 하기는 어렵다. 이 핵심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가? 당연히 어렵다. 그러니 세상에 사람들이 기억하는 독특한 기업은 별로 없는 것이다.
출처 : 일의 격(신수정 저자/KT Enterprise 부문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