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조직]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1. 2000년 초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본부장을 하며 많은 사람을 뽑았다.


2. 어느 날, 타 회사의 한 사람이 메일로 내게 자기소개서와 입사 요청을 보냈다. 학벌이 좋지 않았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대학출신이었다. 이에 선입관이 있었지만 자기소개를 읽어보니 아주 논리적이었고 수행 경험도 다양했다. 나이나 학력에 비해 직위도 높았다. 지인을 통해 체크해보니 일을 매우 뛰어나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채용했고 이후 그는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


3. 이후에도 대개 학벌이 좋지 않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인력들을 집중적으로 영입했는데 회사에 매우 큰 공헌을 했다. 사실 그들은 해외 유학은커녕 내세울 것이 별로 없었기에 대기업이나 유명 벤처들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우리로서는 행운이었다.


4. 얼마 전 아는 한 벤처 CEO가 내게 어떤 사람의 이력서를 보여주었다. 스스로가 메일을 보내 자신의 회사에 CSO* 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어떻게 보시냐는 것이다. 나이도 많지 않은데 10장도 넘는 이력서였다. 좋은 대학, 해외 경험, 그동안 거친 여러 회사를 나열했고, 자신의 인맥만 몇 페이지로 기록했다. 내 느낌에는 딱 봐도 빚 좋은 개살구였다. 무슨 놈의 인재가 자신이 누굴 안다는 것까지 일일이 나열해서 제출할까? 진짜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일의 성과 외의 것은 별로 제시하지 않는다.


*CSO(Chief Strategy Officer). 최고전략책임자


5. 동일한 위치에 오른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배경도 좋고 인물도 좋다. 또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 이 경우 우리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대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로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제는 대개 후자가 더 능력이 있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유리천장을 뚫었을 것인가!


6. 나심 탈레브는 자신의 저서 "스킨 인 더 게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비즈니스북스 2019>에서 이런 말을 했다. "종합병원의 외과에 비숫한 직급을 가진 두 명의 외과의사가 있다. 첫 번째 의사는 은테 안경을 썼는데 손이 가늘고 섬세하다. 이 의사는 말도 침착하게 하고 제스처도 우아하며 은발의 머리카락 역시 잘 빗겨져 있다. 사무실 벽에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학위증서가 걸려있다.


두 번째 의사는 도살업자처럼 생겼다. 비만에 손도 크고 말투도 상스럽고 외모도 단정하지 못하다. 그리고 강한 뉴욕 억양을 가지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게다가 입을 열면 금이빨이 보인다. 사무실 벽에는 아무런 학위증서도 걸려 있지 않아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없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는 만약 자신이 외과의사를 선택히야 한다면 아무 망설임 없이 두 번째 의사를 고를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분야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는 전제 조건하에, 외형이나 배경이 뛰어나지 않은 의사일수록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극복해야 했던 장애물이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7. 물론 좋은 학력, 좋은 배경은 그가 기본적으로 '공부머리'나 '학습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고교시절 그리 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세상에는 공부머리가 유리한 영역들이 있다. 이에 좋은 배경을 가진이들이 성공가능성이 더 높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배경은 별로지만 진짜 인재들이 꽤 있고 공부머리가 잘 통하지 않는 영역들도 꽤 있다.


8. 특히,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는 기업들이라면 눈을 크게 떠서 이런 인재를 찾을 필요가 있다. 번지르르한 옷과 화려한 학력과 경력, 현란한 언변은 눈을 어지럽히고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 일의 격(신수정 저자/KT Enterprise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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